1970년대 초와 말에 2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탈석유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1984년도부터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천연가스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기체라는 특징상 저장이 어려워 수급 조절에 실패하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하므로,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가 천연가스의 수입 및 공급을 독점하도록 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두 가지 시장에 공급되는데 하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발전용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주택 등에 보급되는 도시가스 시장이다. 2012년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약 3,793만 톤인데, 이 중 47.9%인 약 1,818만 톤은 발전용으로 51.6%인 1,956만 톤은 도시가스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편, 천연가스를 주 연료원으로 하는 가스 및 복합화력의 발전설비 용량은 2012년 말 현재 22,877MW로 전체 발전 용량의 26.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발전량은 2012년 기준으로 약 114,334GWh로서 전체 총 발전량인 530,626GWh의 21.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1997년부터 규제완화 차원에서 발전회사의 경우 자가소비 목적의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직도입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현재 실질적으로 1건이 성사되어 운영 중이다. 2009년에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발전용 천연가스 사업자’ 제도를 신설하려 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최근 다시 직도입 규모를 확대하고자 하는 가스관련 산업계의 움직임이 있으며, 이를 지원하고자 제19대 국회에서는 직도입 확대와 재고 물량 처리를 규정한「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김한표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심의 중이다.
직도입이 확대되었을 때에 천연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시장에의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본 보고서는 이와 관련된 쟁점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모형을 구축하여 이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시뮬레이션 수행 결과, 직도입 확대가 동일한 조건에서는 현재의 가스공사 독점 방식보다는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을 약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발전용 천연가스 사용량의 시뮬레이션별 연료 사용의 편차는 직도입을 확대하는 것보다 가스공사 독점의 경우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료 사용의 안정성 면에서 가스공사 독점 방식이 직도입 확대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김한표 의원 대표발의「도시가스사업법개정안」은 도시가스 가격 및 SMP 인하라는 목표와 천연가스 수급의 안정이라는 목표가 서로 상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직도입 사업자는 LNG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값싼 연료 도입을 추진할 것이지만,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가스공사로부터 공급 받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들의 일관되지 않은 행동은 수급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연가스 직도입의 확대 또는 경쟁 확대는 변동비반영시장(CBP: cost based pool)인 현재의 전력 시장 제도와 조화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효율적인 발전기를 소유한 발전사업자가 가스공사로부터 상대적으로비싼 연료를 공급받는다면 발전기 이용률은 하락할 것이며, 이는 발전사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쳐 발전사업자의 사업지속가능성에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천연가스시장 구조개편은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연가스산업이든 전력산업이든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를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순한 제도설계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 관련된 기반 기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가스 및 전력 시장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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