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일이 있는 시기와 없는 시기가 불규칙하게 반복된다. 따라서 건설근로자의 고용은 다른 산업 근로자에 비해 훨씬 불안정하며,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임금체불은 이들의 상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한다. 또한 일의 성격이 단속적(斷續的)이기 때문에 건설근로자는 다른 근로자에 비해 임금체불로 인한 생계타격을 훨씬 심하게 받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건설산업의 임금체불을 예방하거나,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3년 7월 정부는 건설근로자 임금체불을 예방하고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임금지급보증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건설근로자 임금지급보증제도는 우선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제도의 골자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건설공사 사업주(원수급인 및 하수급인)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보증해야 하며,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금융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임금지급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보증서 발급비용은 공사계약 및 도급계약 금액에 포함되어야하며, 궁극적으로는 발주자가 부담한다. 체불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 등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규제영향분석 시범연구의 일환이다. 이 연구는 정부가 작성하여 입법예고에 첨부한 규제영향분석서를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의 주요내용과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규제의 필요성 검토: 건설산업의 임금체불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건설산업의 임금체불은 특히 집회, 시위, 농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빈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높다. 따라서 규제의 신설ㆍ강화를 검토할 필요성은 일단 인정될 수 있다.
(2) 규제의 중복성 검토: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나 목적은 2012년부터 도입된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건설근로자의 임금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중복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무규제 대안의 검토: 정부의 규제영향분석은 무규제 대안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부족하다. 2012년부터 공공공사에는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관리제도가 도입되었고,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보다 강화된 제도를 도입하고있다. 따라서 기존 제도들의 시행 효과를 눈여겨보면서 규제를 추가하지 않으면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비용편익 분석의 검토: 정부의 비용분석은 근거가 불확실한 공공부문
임금체불률을 기초로 작성되었으며, 수수료 할인율도 정확한 근거 없이 임의로 주어져 신뢰하기 어렵다. 신탁수수료, 건설업체의 행정비용 등도 계상되지 않았다. 또한 편익분석은 비계량적인 방식으로 간단히 이루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허술한 비용편익 분석을 토대로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결론짓고 있다는 점이다.
(5) 사회적 형평성의 검토: 우리 사회에는 건설근로자보다 더 취약한 근로자층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발주 공사에 고용된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2중, 3중의 규제를 만들면 사회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이 제도는 발주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임금지급보증서 발급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형평성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6) 이해관계자 분석의 검토: 정부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규제를 신설하는데 대해 이견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소건설업체를 대변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이 제도의 도입에 명시적인 반대의견 및 수정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엄밀한 이해관계자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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